[전자기기] Apple Silicon M1 맥북 에어 간단한 사용기
업데이트:
이번 신제품은 단순히 ‘새 제품’이 아니라, 아키텍처와 내부 구조를 완전히 갈아엎었다는 면에서 모처럼 진짜 얼리어답터 감성을 제대로 자극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덕에 다소 과감하게(무리해서) 미국 출시 당일 주문하게 되었는데, 돌아보면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M1 칩의 성능과 장점에 대해 소문이 나고 큰 이슈가 되면서 새 맥북 시리즈는 미국에서도 몇 주씩 기다려야 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국에 언제 나올지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구요.
사용해보기 전엔 화면 크기 때문에 기존에 사용하던 인텔맥 16인치와 M1 맥북 에어 13인치 사이에서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 번 써보니 13인치고 16인치고 인텔 맥은 다 큰일난 것 같다는 느낌이 옵니다. 이번 신제품들이 한국에 출시하고 소문이 나며 중고가 떨어지기 전에 기존에 쓰던 맥북을 서둘러 팔아야할 것 같습니다.
주 사용환경
- 사파리(또는 크롬) 탭 20~30여개는 항상 떠 있습니다.
- 슬랙, 텔레그램, 카카오톡, 디스코드는 백그라운드에서 상시 구동 중
- vscode + 수많은 플러그인들 또한 항시 구동 중입니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끄지는 못하고 계속 켜놓고 딴짓을 하는…
- 대부분의 시간을 4K 모니터에 연결해 사용하는데, 작업공간(실제 렌더링 사이즈)는 5120*2880 5K로 놓고 사용합니다.
- 위 환경에서 IDE 등이 더해지는 식이고, 원래 파이널컷을 이용해 영상 작업을 종종 하지만 아직 M1 맥에서는 해 보지 않았습니다.
성능 비교
솔직히 말해서, 기존에 사용하던 16인치 맥북 프로도 워낙에 뛰어난 성능이었기에 체감 속도가 빨라졌지만 일반적인 작업에 있어서는 차이가 온몸으로 느껴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M1 맥북을 사용하다 인텔맥을 다시 만지면 생각보다 역체감이 크게 느껴집니다. 성능으로 말할 수 없는 묘한 느낌입니다. 인텔맥을 만지면 특유의 미묘한 버벅임이 정말 잘 느껴져요. (빅서가 ARM64 최적화에 몰빵을 했을지도..)
벤치마크 이런 걸 떠나서 실제로 느껴지는 성능을 이야기하자면, 일단 대부분의 경우에서 16인치 맥북프로 고급형 (새제품 정가 369만원)보다 여러모로 쾌적하고 빠릿하게 느껴집니다. 예전 식으로 비교하자면, i7 PC에 HDD 달아놓은 것과 i5 PC에 SSD 달아놓고 비교하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려나요. 그런데 이 비교는 틀린 비교입니다. 왜냐면 실제로 맥북프로 16인치보다 M1을 탑재한 맥이 연산 성능으로 봐도 더 뛰어난 경우도 많거든요.
정량적 성능 비교는 이미 익히 들어서 다들 아시겠지만, 아래 게시물들을 참고하세요.
모두 인텔 맥북 16인치 i7 모델보다는 상당히 빠르며, 전력을 10배 가까이 소모하는 라이젠보다는 떨어지는 수준입니다.
이게 진짜 친환경
애플이 친환경으로 광고를 할 거면 이걸 광고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성능을 보이는 고성능 데스크탑/노트북보다 소비전력이 1/5에서 1/10 수준에 가깝다는 점으로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력소비와 발열이 적습니다. ‘전 세계 PC의 10%가 애플실리콘 맥으로 교체되면 발전소 몇 개를 줄일 수 있습니다’ 식으로 광고했다면 차라리 명분을 살릴 수 있었을 지도요. (참고로 이번 맥북에는 충전기가 들어있어서, 애플식 친환경 조건에는 벗어납니다.)
로제타2는 에뮬레이터가 아닌 ‘번역기’
로제타 덕분에 인텔 맥용 소프트웨어와 ARM맥용 소프트웨어가 아주 아주 Seamless 하게 구동됩니다. 정말로 직접 앱을 우클릭해서 Finder에서 찾은 후 속성을 하나하나 확인해보지 않으면 어느 게 인텔맥용 앱인지도 모를 정도로 모든 앱이 부드럽게 잘 돌아갑니다. (실제로 인텔 맥북 16인치에서 포토샵을 켜는 것보다, ARM맥에서 인텔맥용 포토샵을 로제타 통해 구동하는게 초기 구동부터 더 빨라요…) 애플이 도대체 뭘 만든 건지, 상식을 뒤엎는 일인 것 같습니다. 덕분에 LLVM과 컴파일러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까지 가졌습니다.
- 이 때문에 arm용으로 아직 포팅되지 않은 프로그램들이 많은게 딱히 신경 쓰이지가 않습니다. 아니 인텔은 지금까지 뭐 한거야.. 하는 생각은 덤이구요. 아참, 다른건 다 잘 되는데 스타크래프트1이 구동이 안 됩니다. 어차피 스타1은 윈도우에서 좋은 키보드 마우스 놓고 해야하니 패스.
그 외 여러 가지 뜻밖의 장점, 신기한 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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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기 깨어나는 속도가 정말 빠릅니다.
영상으로 보는 것과 달리, 사용하면 가장 크게 와닿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이게 뭐가 중요하냐고 하실 분들 계시겠지만, ‘쾌적함’ 의 급을 달리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노트북을 켜서 잠자기 모드에서 깨어나길 기다리며 엔터 키를 연타해본 경험 누구나 있잖아요. 얘는 그냥 화면을 열면 이미 켜져있고, 인텔맥의 경우 ‘깊은 잠자기’ 모드(윈도우 ‘최대 절전 모드’)에서 나올 때 디스크에서 메모리 내용을 불러오면서 생기는, 깨어난 후 프로그램들을 다시 가동시키느라 존재하는 그 렉이 아예 존재하지 않아 정말 쾌적합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화면 잠금해제 하고 바로 사용하는 딱 그 느낌이에요.
화면만 꺼져있던 게 아니고, 잠자기 모드에서 나오는 것 맞습니다. 이번 맥은 이 속도를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화면을 닫으면 바로 잠자기에 들어가되 5분 동안은 암호 입력 없이 잠자기에서 깨우기가 가능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설정은 바꿀 수 있습니다. -
화면 해상도를 변경할 때조차 딜레이가 없습니다.
인텔 맥은 물론 그간 우리가 사용해 온 모든 장치와 다르게 화면이 깜빡이거나 딜레이가 생기지 않습니다. 이건 상식 밖의 일이라 처음에 엄청 신기했어요. 화면 해상도 조정 버튼을 누르면 0.1초의 딜레이도 없이 화면이 켜진 채 즉각적으로 해상도가 바뀝니다. 움짤로 만들었으니 한번 구경해 보세요. 신기하죠? ARM 맥의 다른 부분들도 이렇게 빠릿하고 부드럽습니다. -
발열이 정말 진짜로 없습니다. 게다가 팬리스에요.
M1 칩에 달린 센서 기준으로 위에 ‘주 사용환경’ 에 작성해 둔 대로 사용을 하면 36~39도 사이에서 대부분 왔다갔다 하는데요, 이게 열이 발생하는 칩에 달린 센서 기준 온도라서 실제로 방열판을 거치고 외장 알루미늄 케이스까지 올라오는 열은 정말 거의 별로 없어서 미지근하거나 가끔은 차갑게 느껴지는 수준이에요. 팬이 없으니 이륙 같은 건 불가능하고, 정말 조용합니다.- 부하를 주기 위해 크롬 탭 30개 이상 열어두고 듀얼모니터에 아이클라우드 파일 동기화, 구글 드라이브 100GB 동기화 등을 모두 돌리면서 5K로 하스스톤을 최고 옵션으로 돌려보니 88도까지 올라가는 걸 볼 수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밖의 알루미늄 바디까지 오는 열은 그렇게 많지 않았고, 쓰로틀링이 딱히 발생하지 않았으며, 하스스톤을 종료하자마자 다시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 그래서 클램쉘 모드1로 놓고 쓰는데도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16인치 쓸 때는 열 배출 안 될까봐 굳이 항상 열어놓고 썼었거든요. 또한 클램쉘 모드도 좀 더 좋아진 것 같은게, 맥북을 열 필요가 없이 그냥 닫은 상태에서 모니터와 전원선을 연결하고 이전에 연결했던 블투 키보드를 탁탁 치면 진짜 순식간에 바로 켜집니다.
- 이렇게 발열이 없으니 침대에서 이불 위에 놓고 써도 뜨거워지거나 신경쓰이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점…
바로 가격입니다. 기존 300-400만원짜리 맥북프로와 거의 동등한 성능을 내면서 가격이 반값에도 한참을 못 미친다는게 바로 큰 장점이에요. 심지어 이러면서도 일상 사용시의 체감 속도는 더 빠르고, 툭하면 이륙하는 인텔 맥북 대비 조용하기까지 하니 어느 새 제품을 찬양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기존에 쓰던 맥북프로 16인치라는 물건이, 이걸로 돈 벌면 돼! 하면서도 가끔 이게 369만원짜리라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모시게’ 되었었는데요. (물론 실제로는 한참 한참 싸게 샀지만..) 옵션을 막 넣고 나서도 100만원대 중반 가격인 맥북 에어는 '’비교적’‘ 부담없이 편하게 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100만원대라는 가격이 결코 싼 가격은 아닙니다만, 여러모로 크게 와닿는 장점입니다. 애케플도 싸고…
아참, 터치바 없는 게 뜬금없이 큰 장점으로 느껴집니다. 터치바 있는 맥북을 쓸 때는 그래도 볼륨 슬라이더도 있고.. 볼륨 슬라이더도 있고… 또 볼륨 슬라이더도 있으니까… 쓸만해! 생각했는데, 볼륨도 그냥 펑션키열에서 파바박 누르는게 훨씬 직관적이고 편하네요. 터치바에서는 위치 찾아서 한번 보고 힘조절해서 터치하고 좌우로 문지르고 그랬는데…
마무리
정말 여러모로 이해가 안 가는(물론 긍정적인 부분으로) 상식 밖의 물건이 나온 것 같습니다. 모바일용이라고 취급하던 ARM 프로세서가 이 정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을 때 인텔이 무얼 했나 싶은 생각만 계속 듭니다. 네이티브 앱이야 그렇다 쳐도, 인텔 맥용 애플리케이션까지 이렇게 빠르게 돌릴 수 있다는 건 정말 상식 밖인 것 같아요. 다른 진영에서는 감히 시도조차 하기 힘든 일로 보여서, 애플이 큰 일을 벌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ARM의 특징을 설명하는 컴퓨터구조과목의 교재 내용도 바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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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을 닫은 상태에서 컴퓨터 본체처럼 모니터에만 연결해서 사용하는 걸 클램쉘 모드라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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